[소설] 극장판 29기 수수께끼! 꽃의 천카스 학교 프롤로그


<프롤로그>

달을 가렸던 구름이 바람에 휩쓸려, 시계탑의 실루엣을 어둠에 떠오르게 했다. 뾰족한 삼각 지붕 아래, 거대한 문자판의 장침이 심야 3시를 가리키려 하고 있었다. 시계탑의 내부에서는 크고 작은 톱니바퀴가 기기기기긱.... 가가가가각.... 서로 몸을 부딪치며 시간을 새겼다. 마치 이 톱니바퀴들이 시간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쾅 하고 기계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이어, 쿵쿵거리며 황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로 톱니바퀴들이 있는 쪽으로 달려오는 것은 카자마군이었다. 무언가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는데, 초조한 탓에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의식은 계속해서 앞으로 서둘러 가지만, 가장 중요한 발이 말을 들어주지 않는 것었다.

"앗!"

마침내 발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곧바로 몸을 일으켜, 겁먹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삐걱거리는 톱니바퀴의 기분 나쁜 소리가 카자마군의 공포를 더욱 키웠다.

"왜 이런 일에...."

비틀비틀하며 일어선 카자마군은, 머리 위에서 계속해서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톱니바퀴를 쳐다보았다. 그때, "카자마.... 토오루...." 쉰 목소리가 자신을 불렀다. 뒤돌아보면, 문자판의 바로 뒷면, 톱니바퀴의 움직임을 시곗바늘로 전하는 차축 위에, 망토를 걸친, 마스크를 쓴 괴인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괴인은 자신을 감싸 안듯이 왼손을 오른쪽 어깨에 얹고, 오른손을 왼쪽 허리에 감은 채, 천천히 일어섰다. 카자마군은 털썩 엉덩이를 바닥에 붙인 채 괴인으로부터 도망치려고 슬그머니 내려갔다.

"너의 소원...."

"이루어주마...."

몸을 움츠린 괴인은 "키샤~!" 하며 두 팔을 벌리고 카자마군에게 덤벼들었다. 망토라고 생각했던 게 날개라는 것을 알았다.박쥐의 날개와 같은 형상이었다. 날개와 연결된 손끝에는 긴 손톱이 자라나고, 떡 벌린 입에서는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나 보였다.

"으아아아아!!"

카자마군은 몸을 돌려 쏜살같이 도망쳤다.

"샤아~!!"

괴성을 지르면서 괴인이 뒤쫓아왔다.

"신노스케~!!"

살려달라고 카자마군이 소리쳤을 때, 엉덩이에 충격이 왔다.

"!"

어느새 완전히 구름은 사라지고 둥글고 아름다운 달이 어둠 속에 떠 있다. 땡, 땡, 땡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정적을 깨고 밤공기를 흔들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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